오늘은 아이템 피봇을 위한 팀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 것인지 논의하던 중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하나의 질문이었다.
“정욱님은 어떤 문제를 좋아하세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으세요?”
놀랍게도, 나는 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
질문 주신 분은 평소에도 사회적 가치가 높은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계셨다.. 나는?
어찌 보면 내가 스타트업을 하려는 이유와도 연결되는 근본적인 질문인데 내가 이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지금이라도 한번 고민해 보자.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을까?
돈이 많이 벌리는 문제일까? 개인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아이템일까?
너무 모호한 말들이다.
질문을 바꿔 보았다.
“내가 모든 리소스를 아낌없이 사용할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문제 (아이템)는 무엇일까?”
나를 하얗게 불태웠던 경험이 있었을까?
1년 전, 정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서 눈뜨고 하나의 생각밖에 안했던 경험이 있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온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만들고자 했던 서비스의 수혜자는 결국 나였다.
내가 겪었던 문제를 어떻게 똑똑하게 해결할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거기서 나온 솔루션을 발전시키면서 행하는 그 과정들이 나에게 너무 짜릿한 것이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큼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질문 주신 동업자에게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제가 직접 느낀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가장 저를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프로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지도 모릅니다. 겪어본 문제만을 문제 인식의 범위로 잡으면, 결국 겪어보지 않은 것은 못한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관심을 집중시키고 저를 온전히 불태울 수 있는 것은 역시 경험이 축적된 분야 같습니다.”
창업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일치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VC라고 생각해 봐도, 창업자들의 경력과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고 있다면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팀의 Story가 궁금하다고 해야 할까?
어디서 문제 인식을 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으며, 팀의 resoruce가 그 영역과 얼마나 일치되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 같다.
나는 현재 26살이고, 카이스트에 다니는 기술경영학부 학생이다.
그런데 갑자기 음식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까?
만약 그 배경이 단순하게 어디서 들은 아이디어 가지고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애초에 시작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인 결론은, 내가 더 발전하려면 억지로라도(?) 다양한 분야에 나를 던져놔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여기서도 구르고, 저기서도 구르면서 문제를 캐치할 것 아닌가?!
쑥쓰럽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하도 문제를 캐치하는 훈련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심심할 때 마다 문제를 기록하고 내 나름대로 해답을 상상해 본다.
다음에 내가 팀을 꾸릴 때에도 같은 질문을 해야 겠다.
“당신을 불태운 경험이 있나요? 어떤 일을 같이 하면 당신의 열정을 불태우게 할 수 있을까요?”
일하러 오는 것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